차창에 어린모습/나훈아
(고향역 원곡)
떠돌다 머무는 낯선 타향에
단 한번 정을 준 그사람을
홀로 두고서
혼자만 몸을 실은 열차는 외로워
눈 감아도 떠오르는 차창에 어린 모습
우연한 인연에 만난 그 사람
이별이 있을 줄 알면서도
잊지 못하고
기적에 작별인사 열차는 무정해
멀리 가도 떠오르는 차창에 어린 모습
고향의 전경은 노랫말처럼 아련해지고, 터프한 외모와 달리 “코스모스~ 피어 있는…”을 간드러지게 뽑아내는 나훈아의 목소리는 눈가에 이슬까지 뽑아 놓는다. 벌써 40년이란 세월 동안 민초들의 가슴에 고향을 심어 놓은 ‘고향역’은 1970년 3월에 만들어졌다.
무명 작곡가 임종수가 나훈아를 만나기 위해 3개월간 오아시스레코드 사에서 기다린 끝에, 나훈아의 앨범에 수록됐다. 이때 실린 제목은 ‘차창에 어린 모습’이었다. 작곡가 임씨가 고향을 떠나 고생하던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지은 노래다. 노랫말은 “떠돌다 머무는 낯선 타향에/ 단 한 번 정을 준 그 사람을 홀로 두고서/ 혼자만 몸을 실은 열차는 외로워/ 눈 감아도 떠오르는 차창에 어린 모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노래는 단 한 번도 방송을 타지 못했다.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만 당시는 그랬다. 이 노래의 명운인 듯했다. 그러나 이 노래에 애착이 있던 나훈아가 작곡가에게 제목이며 가사·리듬까지 바꿔 달라고 제안했다. 1972년 2월 ‘차창에 어린 모습’은 ‘고향역’으로 재취입됐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코스모스 반겨 주는 정든 고향역/ 다정히 손잡고 고갯마루 넘어서 갈 때/ 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얼싸안고 바라보았네 멀어진 나의 고향역.”
이 노래는 작곡가가 학창 시절 통학 열차에서 느꼈던 감흥을 옮긴 것이라 한다. 그러나 ‘고향역’의 운은 여전히 터널 속이었다. 타이틀곡이 아니어서 주목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나훈아가 오아시스레코드 사를 떠나 지구레코드 사에서 음반을 내면서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었다. 오아시스레코드 사는 뒤늦게 알려지지 않은 나훈아 베스트앨범을 꾸렸고, ‘고향역’을 타이틀곡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해 9월이 되자, 코스모스가 온 거리에 피어오르는 것처럼 노래도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졌다. 더군다나 고향을 찾는 추석 때는 어땠을까? 이 노래의 인기는 당시 사회상을 읽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산업화로 고향을 떠난 사람이 그 정도로 많았다는 분석이 일면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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